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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마리의 파리를 하늘에서 뿌리는 미국의 뉴월드 나사벌레 파리 박멸작전

감상노트 2025. 7. 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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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먹는 구더기”를 잡아라!

조금 황당해 보일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 자국 남부 지역에 항공기를 동원해 수십억 마리의 파리를 살포한다니요. 무슨 재난 영화도 아니고, 파리를 일부러 뿌린다는 발상이 상식적으로는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전에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바로 뉴월드 나사벌레 파리(New World Screwworm fly) 라는 무시무시한 해충을 박멸하기 위한 대책입니다. 이 파리는 사람과 동물의 상처나 점막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이 살아있는 조직을 파먹으면서 자랍니다. 가히 ‘살을 먹는 구더기’라 불릴 정도입니다.

축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특히 소 산업에 막대한 위협이 됩니다. 부화한 유충이 상처 부위를 파먹으며 감염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에는 450kg에 달하는 성인 소가 2주일 만에 죽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사람에게도 드물지만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만큼, 사회적 불안이 적지 않은 해충입니다.

살충제가 아니라 불임 파리?

미국 농무부(USDA)는 이 치명적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가 아니라 불임 수컷 파리를 살포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파리들은 방사능으로 불임 처리를 거친 뒤 대량으로 사육됩니다.

수컷 파리는 자연 상태의 암컷과 교미하되, 불임이기 때문에 알이 부화하지 않습니다. 특히 암컷은 일생에 단 한 번만 교미하기 때문에, 이 방식이 해충의 개체 수를 급격하게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소 기괴해 보일 수 있는 이 작전은 사실 과거에도 이미 성공 경험이 있습니다. 1962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과 멕시코는 940억 마리에 달하는 불임 파리를 방사해 박멸에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수십 년간 뉴월드 나사벌레 파리로부터 비교적 안전했지만, 지난해 멕시코 남부에서 재출현하면서 미국은 다시 비상체제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파리 상자

현재 USDA는 파나마에 위치한 파리 사육 공장에서 주당 약 1억1700만 마리의 불임 파리를 생산 중입니다. 그러나 재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주당 4억 마리 이상을 방사할 수 있도록 멕시코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텍사스에는 유통센터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불임 파리들은 항공기에 실려 ‘위즈패커(Whiz Packer)’라는 특수 상자에 담긴 채로 공중에서 살포됩니다. 말 그대로 수십억 마리의 파리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셈입니다. 다만 이런 방사 과정은 항공기 사고 위험도 있어, 최근 멕시코-과테말라 국경 근처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항공기가 추락해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습니다.

과학의 힘이 빛을 발하다

파리가 싫다고만 하기에는, 사실 이 기술은 ‘과학이 세상을 구한다’는 상징적 사례로 꼽힙니다. 불임 수컷 방사 기법은 살충제 살포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이며, 생태계 교란도 최소화합니다. 또한 사람이나 가축에게 직접 살충제가 노출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권장되는 방제 방식입니다.

플로리다대 에드윈 버지스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과학적 아이디어가 실제로 인류 문제를 해결한 최고의 사례”라고 평가하며, 박멸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방제 시설을 유지해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뉴월드 나사벌레 파리는 열대성 곤충이기 때문에 북미 중서부나 대평원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지는 못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점점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장기적 대응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교훈

‘살을 먹는 구더기’가 한반도에는 없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나라 축산업도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처럼 예상치 못한 전염병·해충 위협에 늘 노출돼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는, 보이지 않는 작은 해충 하나가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다시 일깨워 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과 기술을 통해 재난을 막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기반이라는 점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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